내가 자주 보는 블로그가 있다. 설촌님 블로그(https://blog.naver.com/PostList.naver?blogId=snowtwon)와 부유님 블로그(https://blog.naver.com/k3a3n3g3)다. 두 분의 글을 통해 공부도 많이 했고 수행에 대한 소중한 정보도 많이 얻었다. 이병욱 거사님의 블로그(https://bolee591.tistory.com/), (https://blog.naver.com/bolee591)와 함께 이 세 곳이 불교 공부를 하는 데 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훌륭한 블로그가 아닐까 싶다. 나는 그동안 이런 분들의 정성 어린 글을 읽으며 도움만 받았다. 그런데 최근에 나도 블로그를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유를 쓰기 전에 잠시 삶을 정리하자. 나는 겉으로 보기엔 불교 가정에서 자랐다. 어머니는 두 번의 유산을 겪은 후 청량사에서 백일기도를 하고 나를 낳았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게으른 사람 우리 엄마인데 말이다. 그렇게 부처님 오신 날에 엄마를 따라 절에 가고 1년에 한두 번 향 냄새를 맡고 법당에서 절하는 모습이 어색하지는 않은 아이가 되었다.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엄마도 나도 진짜 불자라고는 할 수 없었다.
시간이 흘러 2017년 여름부터 겨울, 마음이 부서지는 시기가 왔다. 그때가 34살이었고 그 전에 크게 마음이 부서졌던 때가 세 번 있었다(나는 큰 부서짐과 작은 부서짐을 정확히 구분한다). 그때가 4번째 부서짐이었다. 그때 도올 김용옥 선생이 쓴 『금강경』이라는 책에서 아래 문장을 봤다.
“이것이 있음으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소멸함으로 저것이 소멸한다.”
지금은 이것이 인과에 대한 것이자 연기에 대한 가르침이라는 것을 안다. 그때는 몰랐다. 왜 그때 저 문장에 마음이 강하게 이끌렸고, 위로를 받았는지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자면, 아마 인과에 대한 인식을 깨웠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인과의 법칙은 잠깐 마음에 새기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는 효과가 있으니까. 이제 그것을 확실히 안다.
아무튼 그때부터 내 불교 공부 여정이 시작됐다. 금강경을 비롯해서 돌아가신 김성철 교수님의 중론을 조금 공부했다. 그 외에도 대승을 조금 공부했다. 사실 책보다는 강의 영상을 많이 봤다. 그러다가 각묵 스님의 초기불교 강의를 접하게 되면서 아주 빠르게 초기불교로 넘어왔다. 초기불교의 가르침은 받아들이는 데 의문이 없었다. 있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해결이 되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2024년 초, 6번째 부서짐이자 내 삶에서 가장 큰 부서짐이 왔다. 지난 5번의 부서짐을 모두 합해도 그때의 괴로움만 못했다. 나는 완전히 부서졌다. 어떤 비유를 해도 다 표현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 이후로 나는 더욱더 부처님 가르침에 깊이 빠져들었다. 그 괴로움의 불은 오직 담마(法, Dhamma)가 아니면 끌 수 없는 불이었으니까. 지난해 4월 고엔카지 수행처로 향했을 때는 그 인과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때는 내가 수행처로 가는 이유에 대해서 “명상으로 도피해서 당장의 괴로움을 손쉽게 꺼야지.”라고 단순하게 그렇게 원인을 설정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안다. 그것보다 훨씬 깊숙한 인과관계가 있었다. 내가 인식하지 못했을 뿐.
그렇게 고엔카지 위빠사나 수행을 시작으로 진경스님이 계시는 붓다선원에도 두 번 다녀왔다. 가장 큰 영향을 준 건 전현수 박사님이었다. “선정을 얻으면 거의 모든 괴로움을 소멸할 수 있다.”는 말씀에 나는 선정을 간절히 바랬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사실 전 박사님은 부서지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렇게 한 달에 한 번 전 박사님 진료실에 가서 질문도 드리고 여러 수행처를 다니던 중 2024년 12월 지금의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제자가 준비되면 스승은 나타난다.”
선생님과 올해 1월부터 수행을 시작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통찰과 선정을 동시에 수행하는 게 신선했고 무엇보다 아라한(阿羅漢)이 지도해주신다는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었다. 내가 아는 한 국내에서 스스로 아라한임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사람은 없다. 나는 선생님으로부터 6개월째 아무런 비용도 치르지 않고 지도를 받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성자들이 계신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참으로 감사하고 신기한 일이다.
그러면서 지난 6개월 동안 나의 목표 설정도 다시 이루어졌다. 이제 이 생에서 나의 첫 번째 목표는 “이미 일어난 괴로움을 적절하게 처리하고, 앞으로 일어날 괴로움에 적절하게 대응하며, 윤회의 종식을 향해 나아가는 성자가 되는 것”이다.
블로그를 만든 첫 번째 이유를 쓰는데 이렇게 오래 걸렸다. 나는 성자가 되어가는 나의 여정을 기록하고 점검하며, 나아가 나와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을 돕고 싶다. 그래서 이 블로그를 만들었다. 나머지 이유는 사소하다.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 나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다,’ 이런 것이다.
첫 번째 포스팅을 올리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앞으로 블로그를 예쁘게 만들고 관리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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