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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없음의 결심

팔정도의 두번째 항목은 바른 사유(正思惟, sammā-saṅkappa)이다. 세 가지 불선한 생각[감각적 욕망의 사유(kāma-saṅkappa), 악의의 사유(vyāpāda-saṅkappa), 해코지의 사유(vihiṃsā-saṅkappa)]에 반대되는 세 가지 선한 생각[출리의 사유(nekkhamma-saṅkappa), 악의 없음의 사유(abyāpāda-saṅkappa), 해코지 없음의 사유(avihiṃsā-saṅkappa)]으로 구성된다.

나는 오랫동안 세 가지 바른 사유를 그저 “생각”으로만 이해했다. 하지만 아잔 타니사로는 이를 “생각”보다는 “결심(resolve)”으로 번역하는 것이 더 옳다고 한다. 저 세 가지 생각은 다분히 의도가 담긴 사유이니 새겨 들을 만 하다.


부모님에게 오랫동안 거실 창문을 조절할 때 바깥 쪽 창문이 아닌 안 쪽 창문으로 조절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바깥 쪽 창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거나 완전히 열리지 않으면, 그러니까 애매하게 열려 있으면 틈 사이로 벌레가 들어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신들은 그 동안 단 한번도 내 말을 듣지 않았다. 밤에 거실에 나가보면 어김없이 바깥 쪽 창문이 애매하게 열려 있었다. 오늘은 내 말을 이렇게 무시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어리석음, moha의 작용)이 들면서 미세하게 성냄(dosa)이 일어났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일어났다.


“어차피 내가 계속 얘기해봤자 부모님은 듣지 않는다(왜 듣지 않는지도 안다). 그렇다면 이것은 성냄을 일으키는 조건을 만드는 행위이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다시 말하지 않아야겠다. 그까짓 벌레 들어오는게 무슨 대수인가.”

이것이 악의 없음의 사유에 해당되는지 제미나이에 물어보니 기분 좋은 답변이 돌아왔다.



이것은 포기나 체념이 아니다. 통제할 수 없는 외부를 바꾸려는 헛된 노력을 멈추고, 조건이 갖춰지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성냄의 불씨가 타오를 땔감을 스스로 치워버리기로 한 것이다. 악의 없음의 결심을 만드는 결심이었다. 담마는 모든 곳에 있다. 이 세상에 담마 아닌 것이 없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두 가지 사유』 경(MN19)

“나는 이와 같이 알았다. ‘나에게 이런 악의의 사유가 일어났다. 이것은 실로 자신을 해치는 것으로 향하고, 남을 해치는 것으로 향하고, 자신과 남 모두를 해치는 것으로 향한다. 지혜를 소멸시키고, 곤란과 함께하며, 열반으로 인도하지 못한다.‘라고. ‘자신을 해치는 것이다’라고 숙고하자 그것은 사라졌다. ‘남을 해치는 것이다’라고 숙고하자 그것은 사라졌다. ‘자신과 남 모두를 해치는 것이다’라고 숙고하자 그것은 사라졌다. ‘지혜를 소멸시키고, 곤란과 함께하며, 열반으로 인도하지 못한다’라고 숙고하자 그것은 사라졌다. 나는 이처럼 거듭거듭 일어나는 악의의 사유를 버리고 제거하고 없애버렸다.”

“나는 이와 같이 알았다. ‘나에게 이런 악의 없음의 사유가 일어났다. 이것은 실로 자신을 해치는 것으로 향하지 않고, 남을 해치는 것으로 향하지 않고, 자신과 남 모두를 해치는 것으로 향하지 않는다. 지혜를 증장시키고, 곤란이 없으며, 열반으로 인도한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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