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대 위에서 한 편의 연극이 펼쳐진다. 객석에는 관객 한 명이 앉아 있다. 이 관객은 조금 특이하다. 그는 마치 비디오를 녹화하듯 아무런 편견 없이, 감정 없이, 표정 없이 무대를 응시한다. 그는 오직 연극을 알기만 한다. 그리고 단 한순간도 눈을 감는 일이 없다.
무대 위에는 조명이 있다. 조명실에 있는 조명 기사는 꾸벅꾸벅 졸면서 무대 가장자리에서 방금 연기를 마치고 숨을 고르는 조연을 비추고 있다. 그때 관객 머리 위 관제실에서 조명 감독이 소리친다. “이봐, 지금은 주인공을 비춰야지!” 그런데 사실 감독도 졸 때가 많다.
번뜩 정신이 든 기사는 재빨리 조명을 주인공에게로 향한다. 아, 그제야 관객의 시야가 환해진다. 조금 전까지 조명이 엉뚱한 사람을 비추는 통에 희미하게만 보였던 주인공의 연기가, 마침내 한눈에 선명하게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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