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식과 명색의 상호의존성에 대한 질의 응답으로부터 시작된 제미나이와의 대화를 편집하여 옮긴 것이다. 부처님 가르침에 어긋남이 없다고 판단되어 시리즈로 올린다.
핵심 논점:
- 식과 명색의 존재론적 상호의존성
- 나마-루빠를 해석하는 두 가지 방법
[나] 명색(나마-루빠)과 식(윈냐나)의 상호의존성에 대해서 테라와다 스승들의 일반적인 견해에 기반해서 설명해줘. 그리고 명색의 의미에 대해서 수자토 스님은 이름과 형태로 번역하시는 것 같은데 전통적인 견해는 정신과 물질로 번역하는거 같거든? 여기에 대해서도 설명해줘
[제미나이] 네, 수행자님. 매우 깊이 있고 핵심적인 질문을 주셨습니다. 식(윈냐나, viññāṇa)과 명색(나마루빠, nāmarūpa)의 상호의존성은 연기법의 심장부와도 같은 가르침이며, 수행자님께서 지적하신 번역의 차이는 이 가르침을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지점입니다.
1. 경전에 나타난 식(Viññāṇa)과 명색(Nāmarūpa)의 상호의존성
수행자님께서 올려주신 경전, 특히 디가 니까야(DN)와 상윳따 니까야(SN)에 이 둘의 관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핵심적인 가르침이 있습니다.
가) 서로를 조건으로 함께 일어남: 두 개의 갈대 다발 비유
이 둘의 관계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비유는 ‘서로에게 기댄 두 개의 갈대 다발’입니다.
「갈대다발경」(SN12:67)
사리뿟따 존자가 말씀하셨습니다.
“벗이여, 명색을 조건으로 식이 있고, 식을 조건으로 명색이 있습니다. … 이것은 마치 두 개의 갈대 다발이 서로에게 기대어 서 있는 것과 같습니다.
벗이여, 만약 내가 그 두 갈대 다발 중 하나를 치운다면, 다른 하나는 쓰러질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를 치운다면, 원래의 것도 쓰러질 것입니다.
그와 같이, 벗이여, 명색이 소멸하기에 식이 소멸하고, 식이 소멸하기에 명색이 소멸합니다.”
이 비유는 둘 중 어느 하나가 먼저 있고 다른 하나가 나중에 생기는 선후 관계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의지해야만 함께 존재할 수 있는 완벽한 동시적 상호의존 관계임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하나가 무너지면 다른 하나도 반드시 무너집니다.
나) 식과 명색의 구체적인 상호작용: 대인연경
이 관계에 대한 가장 상세한 설명은 디가 니까야 15번 「대인연경」(Mahānidānasutta) 에 나옵니다.
「대인연경」(DN15)
- “명색을 조건으로 식이 있다” 라고 말할 수 있다.부처님께서는 “만약 식이 명색에서 기반을 찾지 못한다면, … 미래에 태어남, 늙음, 죽음 그리고 괴로움의 발생이 알려지겠는가?”라고 물으시고, 아난다는 “아닙니다, 스승이시여.”라고 답합니다. 즉, 식이 인식할 대상인 명색(정신적, 물질적 현상)이 없다면, 식 또한 홀로 존재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 “식을 조건으로 명색이 있다” 라고 말할 수 있다.부처님께서는 “만약 식이 어머니의 자궁으로 내려가지 않는다면, 명색이 그 자궁 안에서 응고되겠는가?”라고 물으십니다. 또한 “만약 그 식이 어릴 때 잘려나간다면, 명색이 성장하고 크고 성숙하겠는가?”라고 물으십니다. 이처럼, 식이 없다면 정신-물질적 유기체(명색)는 애초에 생겨나지도, 자라나지도 못합니다.
이 경전은 식이 윤회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생명의 ‘씨앗’처럼 작용하여 명색이라는 개체를 형성하고, 그렇게 형성된 명색은 다시 식이 머물고 작용할 ‘토대’가 되어주는 역동적인 상호관계를 보여줍니다.
2. 번역의 차이와 테라와다의 관점: ‘이름과 형태’ vs ‘정신과 물질’
수행자님의 통찰처럼, 수자토 스님의 ‘name and form’과 전통적인 ‘mind and matter’ 번역 사이에는 미묘하지만 중요한 관점의 차이가 있으며, 이는 나마(nāma)를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가) 전통적 견해: 정신과 물질 (Mind and Matter)
이 번역은 아비담마(논장)의 분석적 관점이 깊이 반영된,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견해입니다.
- 루빠 (Rūpa, 물질/형태): 이것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지수화풍(paṭhavī, āpo, tejo, vāyo)의 네 가지 근본 물질(mahābhūta)로 구성된 우리의 육체와 감각 기관, 그리고 외부의 물질적 대상을 포함합니다. 즉, 유기체의 물질적 측면(matter)입니다.
- 나마 (Nāma, 정신/이름): 여기서 ‘정신(mind)’은 식(viññāṇa)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식과 함께 일어나는 다른 모든 정신적 요소들(마음부수, cetasika)을 가리킵니다. 경전에서는 주로 다음의 요소들을 ‘나마’로 설명합니다.
- 느낌 (vedanā)
- 인식/지각 (saññā)
- 의도/의지 (cetanā)
- 감각접촉 (phassa)
- 주의/집중 (manasikāra)
따라서 ‘정신과 물질’이라는 번역은 한 유기체를 ‘인식하는 기능(식, viññāṇa)’을 제외한 ‘정신적 요소들의 묶음(나마, nāma)’과 ‘물질적 토대(루빠, rūpa)’로 분석한 것입니다. 이 관점에서 식과 명색의 관계는, 의식(식)이 정신적 기능들(나마) 및 육체(루빠)와 불가분하게 얽혀서 ‘나’라는 경험을 만들어내는 현상을 설명합니다.
나) 수자토 스님의 번역: 이름과 형태 (Name and Form)
이 번역은 아비담마의 분석적 틀을 잠시 내려놓고, 경전의 문맥과 단어의 원의미에 더 충실하려는 시도입니다.
- 루빠 (Rūpa, 형태): 물질적 ‘형태’나 ‘모양’을 의미합니다.
- 나마 (Nāma, 이름): 문자 그대로 ‘이름’입니다. 여기서 이름이란, 어떤 형태(루빠)를 인식할 때 우리 마음이 부여하는 개념이나 명칭, 혹은 그 대상을 향해 ‘구부러져 향하는’ 마음의 작용을 의미합니다.
이 관점에서 식과 명색의 관계는 다음과 같이 설명될 수 있습니다.
식이 어떤 대상을 인식할 때, 그것은 항상 ‘형태(rūpa)’를 가진 무언가이며, 동시에 우리는 그것에 ‘이름(nāma)’을 붙여 개념적으로 파악합니다. 예를 들어, 눈의 식이 푸른색이라는 ‘형태’를 인식할 때, ‘푸른색’ 또는 ‘하늘’이라는 ‘이름(개념)’이 동시에 일어납니다. 이처럼 ‘알아차리는 작용(식)’은 ‘알아차려지는 대상의 형태(루빠)’와 ‘그것을 규정하는 이름(나마)’과 분리될 수 없습니다.
이 번역은 우리의 경험이 어떻게 ‘형태’와 ‘개념(이름)’의 결합으로 구성되는지를 현상학적으로 잘 보여줍니다.
결론 및 요약
두 번역은 서로 다른 각도에서 같은 실재를 비추고 있습니다.
- 정신과 물질 (Mind and Matter): 한 존재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분석적으로 설명하는 데 유용합니다. (정신작용 + 물질) + 그것을 아는 의식.
- 이름과 형태 (Name and Form): 우리의 인식 경험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현상적으로 설명하는 데 유용합니다. (형태 + 개념)을 아는 의식.
궁극적으로 식(viññāṇa)과 명색(nāmarūpa)의 관계는 ‘경험의 발생’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아는 마음(식)과 알려지는 대상(명색)은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갈대 다발 비유처럼, 아는 마음이 없으면 알려질 대상도 없고, 알려질 대상이 없으면 아는 마음도 일어날 수 없습니다. 이 둘의 상호의존적 관계를 깊이 통찰하는 것이 바로 연기를 꿰뚫어 보고 괴로움의 소멸로 나아가는 핵심 열쇠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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