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일지

사건은 끝났는데 마음은 끝나지 않았다 새 글

출장비 정산 문제로 부서 직원과 실랑이가 있었다. 나는 출장 복귀 뒤 바로 해외에 다녀왔고, 그래서 복귀 교통비를 받으려면 항공권 영수증 같은 걸 붙이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직원은 “전례가 없다”, “당신이 직접 재무관리부에 물어봐라”는 식으로 일을 나에게 떠넘기려 했다. 나는 그건 내가 할 일이 아니라 당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내 말 중에 “정 안 되면 돈 안 받아도 된다”는 대목을 붙잡고, 갑자기 “저는 당신의 그런 태도가 너무 기분이 나빠요”라고 하는데, 그 순간 화가 확 치밀었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손에도 힘이 빠지고, 시야가 좁아지고, 가슴이 수축됐다. 화가 난 건 분명한데 몸은 동시에 뭔가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나중에 팀장님이 직접 전화해서 확인해보니 결과는 간단했다. 받을 수 있고, 항공권 영수증만 붙이면 된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사건이 끝난 뒤였다. 집에 오는 길 내내 그 장면이 계속 떠올랐다. 욕을 했다가, 저주를 했다가, 그래도 오늘 대응은 잘했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가, 왜 더 강하게 말하지 못했느냐고 다시 자책했다. 그러다 잠깐 몸을 보면 생각에서 빠져나오는 순간도 있었다. 다리에 힘이 풀리는 느낌, 손아귀에서 힘이 빠지는 느낌, 가슴이 오그라드는 느낌이 보였다. 그런데 오래가지는 않았다. 금방 다시 그 장면으로 빨려 들어갔다. 상대가 한 말은 이미 끝났는데, 내 마음은 그 일을 몇 번이고 다시 살려내고 있었다.


타니사로 비구는 분노를 다룰 때, 그것을 밖으로 바로 표출하는 것도 답이 아니고, 그렇다고 없는 척 억눌러 버리는 것도 답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 사이에서 지금 실제로 일어난 몸과 마음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 돌아보면, 그때 내 반응이 가장 좋은 반응이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래도 적어도 화를 그대로 폭발시켜 말로 쏟아내는 것보다는 나았다. 부처님도 소부 니까야의 법구경 제17품 코다와가(Kodhavagga, 분노의 품) 222번 게송에서 일어나는 분노를 잘 다스리는 사람을 참된 마부에 비유하시고, 같은 품의 232번 게송에서는 말로 드러나는 성냄을 지키라고 하신다.


오늘 분명히 본 것은 하나다. 괴로움은 그 말 한마디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 뒤에 이어진 되새김질 속에서 몇 번이고 다시 커졌다. 사건은 끝났는데 마음은 끝내지 못하고 있었다. 몸을 보면 잠깐 거기서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아직은 다시 빨려 들어가는 힘이 더 셌다. 그래도 오늘은 그 사실만큼은 분명히 봤다. 상대의 말보다 더 오래 나를 괴롭힌 것은, 그 뒤에 이어진 내 마음의 증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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